[도심 르네상스 프로젝트]문화·예술발전소를 만들어 나가는 목포의 유휴공간 재생프로젝트Ⅱ
PART 2. 목포에서 핀란드 헬싱키를 꿈꾸다
여기 영화세트장이야?!
원도심을 처음 찾은 이들의 반응이다. 목포시의 원도심은 일제강점기의 건축물로 즐비하기 때문에 마치 영화세트장에 온 듯 한 느낌을 불러일으키기 때문이다. 특히 일제강점기 때 일본인 조계지였던 만호동과 유달동 일대의 번영로길이 그 중심에 있다. 그 당시만 해도 목포시는 8.6㎢의 도시면적에 인구 6만인 전국 6대 도시의 하나로 성장하여 一黑(김), 三白(면화, 쌀, 소금)의 집산지였다. 그 이후 1970년대 들면서 목포시는 다른 여타 지방의 도시처럼 도시가 확대되고 2000년 이후에는 하당신도시 및 남악신도시가 목포시의 도심으로 바뀐다. 이러한 변화로 원도심은 점점 쇠퇴하고 빈 건물이 증가하고 인근 수산시장이나 재래시장의 경우에도 경제적인 어려움을 겪게 된다. 원도심에 사는 주민들도 그 공간에서 희망을 찾기 보다는 건물이나 토지를 처분하고 신도심으로 나가기를 원하고 있고 목포시도 일부 공간에 고층 아파트를 지어 분양을 하는 계획을 갖고 있다.
목포 원도심의 다양한 공간들
하지만 조금만 들여다보면 공간 속에 재미있는 요소들이 많이 숨어있다. 얼마 전까지 목포문화원으로 사용되었던 옛 일본영사관 건물은 벽돌과 나무로 지어져 있고 옛 건축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으면 유달산 중턱에 있어 원도심을 한 눈에 조망할 수 있는 곳이다. 또한 외벽에는 전쟁으로 인한 총탄의 흔적들이 남아있어 그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다. 또한 건물 뒤에는 일제강점기 때 방공호가 그대로 남아있어 일본인들의 전쟁에 대비한 일본인들의 철저한 준비를 엿볼 수 있다.
목포문화원으로 활용되었던 옛 일본영사관

일제강점기 때의 방공호
또한 현재 근대역사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는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 역시 당시의 건축양식을 훌륭하게 반영하고 있다. 박물관에는 과거 원도심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고 당시 사용했던 육중한 금고도 볼 수 있다. 인근에는 옛 일본식 적산가옥이 카페로 활용되고 있어 관광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근대역사박물관으로 활용 중인 옛 동양척식주식회사
또한 5분 거리에는 조선시대 만호진 터가 있어 500여 년의 역사를 느낄 수 있다. 그리고 과거 중심상권이었던 본정통을 따라 적산가옥들이 100m 정도 양쪽으로 줄지어 있다. 그 중에는 한 자리에서 모자를 팔아오던 갑자옥 모자점, 옛 동화부인상회이자 일본백화점이었던 ‘샤론어린이집’이 빈 공간으로 남아있고 옛 화신백화점이었던 김영자 화실도 빈 공간으로 남아 있다. 또한 과거 일본 벽돌창고가 건재사 창고로 활용되고 있다. 이 외에도 옛 호남은행, 옛 신사건물이 교회로 활용되었던 동본원사 등 많은 역사자원들이 즐비해 있다. 이러한 빈 공간은 과거 이 공간에서 출발한 서커스단을 부활시키거나 양조장, 음식, 국수공장, 다다미 여인숙 등 다양한 콘텐츠를 도입할 수 있다. 이 경우 Korjaamo Culture Factory처럼 장소성을 보존한다는 전제 하에서 특정 기업이 부지를 임대하거나 매입해서 다양한 문화 이벤트 공간을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조선시대 만호진 터
목포에 남아있는 근대 건축물들
1 갑자옥 모자점 2 옛 동화부인상회 3 옛 화신백화점 4 건재사로 활용중인 벽돌창고
또한 인근 삼학도 방향으로는 산업철도가 있는데 곧 폐선 될 예정이다. 산업철도의 종착지에는 밀가루를 만드는 한국제분 공장이 있는데 2011년 당진군으로 이전해 가면서 빈 공간이 된다. 이 거대한 구조물의 경우 헬싱키의 KAAPELI처럼 예술가들의 작업실로 임대해 사용하거나 지역도서관 그리고 미술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특히 바다가 바로 앞에 있고 공원의 중심에 위치해 있어 더 없이 훌륭한 창작공간이 될 수 있다.
목포에 남아있는 근대 건축물들 중의 하나인 한국제분
그리고 유달산 아리랑 고개를 넘어 서산동, 온금동에는 과거 조선내화 벽돌공장이 현재 빈 공간으로 남아있다. 이 공간은 과거 째보선창이라고 해 배가 드나들던 곳이기도 하다. 이곳은 버려진 빈 배를 잘 리모델링해 째보선창을 복원하고 비어있는 벽돌공장은 SUVILAHTI처럼 지역의 문화예술센터로 지역민이 밴드, 연극, 공방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을 할 수 있는 장소로 사용될 수 있다. 또한 과거 벽돌공장이라는 이름에 맞게 벽돌을 활용한 다양한 기념품 및 상품을 제작해 지역공동체에 경제적 도움을 줄 수도 있다.
또 하나의 아파트촌? 아니면 대한민국의 근대역사문화 일번지?
과연 이 공간들은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까? 그 누구도 명확하게 대답하지도 못 할 것이고 또한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실마리를 찾을 수는 있을 것 같다.
먼저 우리가 힌트를 얻을 수 있는 것은 시대적 흐름을 읽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제는 배고픔보다는 삶의 질을 추구하는 단계에 들어섰다. 다시 말해 환경, 문화 등 삶을 더 풍요롭게 해 주는 것에 의미를 두고 이런 것들을 추구하고 있다. 반대로 6,70년 대 우리나라의 핵심산업이었던 제조업, 중화학공업 등은 이미 값싼 노동력을 찾아 해외로 공장을 이전했거나 이전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도시정책 측면에서 꾸준한 기업유치는 계속적으로 해야겠지만 그것이 핵심이 되는 시대가 점점 지나고 있다는 것이다. 유럽, 일본 등 이미 많은 선진국에서는 문화와 환경을 중심으로 한 도시정책이 핵심이 되고 있다. 이런 면에서 볼 때 목포의 원도심은 우리나라의 근대공간을 가장 잘 재현할 수 있는 장소성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또한 우리가 고려해야 할 사항은 비용부분이다. 우여곡절 끝에 민간 자본을 유치해 아파트를 지을 수 있지만 이미 목포시 신도심인 하당신도시, 남악신도시 등도 미분양이 있는 상황에서 원도심에 조성되는 아파트가 얼마나 분양이 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있어야 한다. 또한 이 비용이 민간 자본으로 진행되는 것이어도 크게 보면 사회적 비용이므로 미분양이 될 시 결국은 커다란 낭비를 가져온다. 그렇기에 공간에 전면재개발이나 아파트 개발에 대한 신중한 접근이 여전이 필요하다.
부가적으로 고려할 것은 바로 이 공간의 희소성과 결과적으로 제공될 다양성을 주목해야 한다. 희소성이라고 하면 바로 오밀조밀한 근대공간이라는 것이다. 물론 인천이나 군산, 진해, 마산 등 우리나라에 다양한 근대공간이 있지만 목포시처럼 뒤에는 유달산, 앞에는 바다와 삼학도라는 천해의 자연환경이 둘러싸고 있고 도보로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의 범위를 갖는 곳은 목포시가 유일하다. 또한 이 유휴공간들을 활용해 박물관, 미술관, 주민창작센터, 여객터미널과 연계한 관광객 숙박사업, 도서관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확보해 낼 수 있다. 이는 원도심에 부족한 문화, 복지, 교육 부분을 채워줌으로써 좀 더 많은 주민이 활용하는 살아있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이러한 힌트를 감지한다하더라도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많은 과제가 남아있고 또한 변수들도 많이 존재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고민들의 쌓이고 쌓이면 좀 더 좋은 아이디어들과 합의를 통해 핀란드 헬싱키같이 그 공간에 꼭 맞는 모습이 나타나리라 기대해 본다.
PART 3. 도시 유휴공간 재생의 시사점
앞서 소개한 헬싱키의 산업공장, 전차수리고, 전력발전소 등의 문화공간들이나 목포시의 역사성을 가진 유휴공간들은 각각의 형태는 다르지만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뚜렷한 방향과 목적이 없이 방치되어 있었던 장소를 성공적으로 문화, 예술 공간으로 변화시키거나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데 그럼 이들의 공간이 시사하는 점은 무엇일까.
첫째는 창조적 컨텐츠이다. 러시아에 부채를 갚으며 전선산업에 부흥기를 가져다 주고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발판이 되었던 KAAPELI를 비롯하여, KOYAMOO CULTURAL HOUSE는 대중교통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던 전차의 본거지였으며 Suvilahti는 산업화 시대를 이끌었던 전력발전소였다. 이 모두 당시 시대의 변화나 요구에 발맞추어 건축되었던 것이며 핀란드 역사의 한 켜를 간직하고 있는 상징적으로 공간이다. 공장이나 전차고 등과 같은 건물들은 건축 구조상 용도 변경도 쉽지 않고 때로는 지역 재개발로 변화되는 주변 환경과도 조화롭지도 않아 특별한 관심의 대상이 못하는 경우가 많고 그러한 공간들이 모두 훌륭한 공간으로 탄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가지고 있지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앞선 사례들은 아이러니 하게도 형식적이고 한정적 이였던 공간을 예술과 문화라는 창조적 컨텐츠와 결합시키며 문화 예술발전소라는 새로운 삶을 부여했다. 그리고 남겨진 공간에 대한 숙제는 또 다른 측면에서 역사와 지역 공동체의 정체성을 지킬 수 있는 유산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었다. 이는 항구도시로 물류와 산업의 중심지였던 목포의 원도심 공간에 남겨진 역사적 유휴공간을 다양한 역사문화 콘텐츠를 가진 창조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음을 보여주기도 한다.
둘 째는 공공을 위한 프로그램이다. 때론 건축물들이 보존 되더라도 경제적인 효과나 자본주의의 논리에 치우쳐 상업적인 용도[호텔, 카페 등]로만 변경이 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KAAPELI, SUVILAHTI 그리고 Korjaamo Culture Factory 는 문화라는 큰 틀 안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융합시켜 대중을 위한 공간을 창출하였다. 철저하게 상업적 목적이 배제되지는 않았지만 카페나 편의시설, 도서관과 서점, 아뜰리에와 오피스텔, 갤러리와 공연장 등 대중의 공익을 위한 장소가 항상 함께 고려 되었다. 또한 건물과 연결되어 있는 옥외공간은 잔디, 광장 등으로 공공공간을 조성함으로써 장소가 고립되거나 제외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융화되어 있다. 이렇게 물리적 경계가 없는 주변은 대중들이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듦으로 좀 더 친근하고 불편함이 없는 공간으로 다가가고 있다. 이 또한 목포의 원도심 공간에서 중요한 지점이라 할 수 있다. 상업적 가치로 사람을 끌어들일 경우에는 우선 원도심 공간의 역사적 가치가 영원히 사라지게 되는 동시에 그 상업적 가치의 지속성을 담보하지 못할 경우 공간이 짧은 시간에 다시 쇠퇴할 수 있는 문제를 가지게 된다. 하지만 공공을 위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충분히 반영한다면 원도심에 거주하는 주민에게 뿐 아니라 목포시민들에게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면서 그 지속성을 다양한 형태로 가져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콘텐츠가 시기별로 주민의 관심사에 따라 유동적으로 바뀜으로서 경직된 공간이 아닌 융통성을 가진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셋 째는 비전과 브랜드로써의 가치이다. 문화공간이 단기적으로 주목을 받고 한시적으로 효과를 보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인 발전소의 역할을 할 수 있는 데는 비전과 장기적인 계획을 통한 체계적인 관리가 있었기에 가능한 것 이였다. 문화 공간의 브랜드화는 차별적인 공간을 만들고 대중들에게 보다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데 일조를 하였다. 문화공간의 모태가 되었던 ‘공장’이라는 장소는 과거의 흔적을 흥미로운 이야기 거리로 만들어 주었으며 CI의 체계적인 관리, 대형 전시회 및 공연 개최, 유명 브랜드와의 협력, 홍보 상품 디자인 개발 등 도 이러한 브랜드 이미지를 높이는데 기여하고 있다. 또한 내부에 고용된 전문 인력들과 조직적인 체계도 비전을 실천하는 든든한 토대가 되고 있다. 이러한 노력들은 까펠리라는 장소브랜드 인지도와 선호도를 높여 주었고 그 성공을 바탕으로 수빌라흐띠에도 새로운 삶을 가져다 주었다. 목포시의 경우도 근대역사문화 공간이라는 테마를 중심으로 한 일관성 있는 접근에 다양한 프로그램을 접목시키는 것이 공간의 가치를 더욱 높여줄 것이라 판단된다.
마지막으로 경험적 공간 만들기이다. 건축물을 허물지 않은 전제하에 새로운 용도로의 변경이 논의 되었을 때 리노베이션의 핵심은 공간들의 고유의 느낌을 최대한 간직하는 것에 있었다. 그래서 이들 공간은 사실, 유명한 건축가가 디자인 한 것도 아니고 눈에 띄는 외관으로 주목 받지도 않지만 흉내 낼 수 없는 진정함이 담겨 있다. 외관, 껍데기만 남긴 채 전혀 다른 이질적인 컨셉으로 공간을 채워 넣는 것이 아니라 공간 속의 이야기들이 끄집어 내어 그것들을 보다 의미 있게 만드는 것 이였는데 이 과정에서 건축가의 날카로운 안목과 센스가 큰 역할을 했다. 이러한 리노베이션은 내부 전체를 완전히 리노베이션 하는 비용의 1/5~1/10의 절감효과를 가져다 주어 경제적인 부담을 많이 줄일 수 있기도 하였다. 그리고 기존의 공간 자체도 새로운 프로그램을 위한 충분한 영감이 되는 것을 보여 주고 있는데 까펠리 공장 기계실이 옛 그래도 보존된 거대한 MARINE HALL은 유동적인 공간을 필요로 하는 전시회나 콘서트의 행사장으로 사용되어 관람객들에게 이색적인 공간의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이 지점이야말로 목포시 원도심에서 가장 중요하게 찾아내야 할 부분인데 역사적, 공간적 맥락을 최대한 활용해서 리노베이션이나 프로그램을 적용할 필요가 있다.
21세기는 문화의 경쟁력이 도시의 성장을 가늠한다는 창조도시, 문화도시의 시대로 변화하고 있으며 많은 도시들이 문화를 도시발전의 자원으로 활용하는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부흥하여 유럽에서는 도심의 유휴공간을 문화, 예술공간으로 활용하는 사례들도 많이 찾아 볼 수 있다. 앞선 예에서 볼 수 있듯이, 관이나 예술가들 어느 한쪽의 일방적인 의지나 논리가 아닌 쌍방향의 대화와 노력 그리고 다각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렇게 다져진 토양아래 형성된 문화 예술 공간은 자생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며 사회를 보다 풍성하게 만들 수 있는 촉진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 본 글은 희망제작소와 월간도시문제와 함께하는 「세계환경도시 기획」의 일환으로 월간도시문제 10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글 잘 읽었습니다.
참고로 ‘반공호’가 아니라 ‘방공호’가 맞는 표현입니다.;
오타 수정 감사합니다. 반영하도록 하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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